혼다와 닛산의 잠재적인 합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합병을 통해 연간 800만 대 이상의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이는 20세기적인 규칙에 기반한 계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합병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그룹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의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이를 제때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혼다와 닛산은 플랫폼 공유, 공동 연구개발, 공동 조달을 통해 1조 엔(64억 달러)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과거 방식으로 볼 때 상당한 시너지로 평가되지만, 혼다의 미베 토시히로 사장은 이러한 시너지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2030년 이후로 내다봤다. 또한, 문화가 전혀 다른 두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델 라인업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혼다와 닛산 모두 자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중복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배터리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 플랫폼 공유가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를 개발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당시 플랫폼 공유에는 15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완전하지 않았다.
또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경쟁력 부족도 문제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기능과 자동차 내부 디지털 경험에 대한 경쟁력이 약한 상태다. 혼다와 닛산뿐 아니라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무디스 레이팅스의 애널리스트 딘 엔조는 "중국 사업의 전환은 상당한 실행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하며, 이와 관련한 어려움을 강조했다.
혼다와 닛산은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장에서의 중복 문제는 합병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합병 논의에 대해 "기술적 도전에 직면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더 높은 자본 지출과 연구개발 비용을 가진 더 작은 회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한 앞으로 더 많은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합병 초기 기대했던 규모의 경제가 유지되지 않고 오히려 축소된 전례가 있다. 혼다와 닛산, 그리고 미쓰비시가 합병해 800만 대 이상의 판매 규모를 이룬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레거시 자동차 회사 중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디지털 섀시를 완성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결국, 자동차 산업에서 3위나 4위라는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규칙을 이해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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