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1937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등장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공장 생산 감소, 러시아공장 매각과 맞물려 글로벌 메이저 레거시 자동차회사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혼다와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태국 공장 폐쇄와 통합과도 맥을 같이 한다. 2023년의 회복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대부분의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보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메이저업체들의 중국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하락세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으나 지금은 중국 자본 업체들이 점유율 50%를 넘기며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밀어내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폭스바겐과 GM, 토요타는 특히 어렵다.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선전하고 있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23년은 좋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본격적으로 회복했다. 기저효과가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은 좋았다. 토요타는 7% 증가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어려움을 겪던 폭스바겐도 12% 증가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도 7%로 호조였다. 한때 토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1,000만 대 그룹에 속했던 GM도 500만 대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작년에는 4.16% 증가한 618만 대였다.
그 외에 스텔란티스가 639만 대, 포드가 441만 대, 혼다가 398만 대, 닛산이 337만 대, 스즈키가 307만 대 등이었다. 중국 BYD 가 302만대로 10위 안에 랭크된 것이 특징이다. 20개로 넓히면 중국업체가 지리홀딩스그룹, 창안자동차그룹, 체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그룹까지 5개다. 이들 5개 업체의 글로벌 총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1,143만 대였다.
그러니까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약세와 달리 중국세는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폭스바겐, 사상 최초 독일 공장 폐쇄의 의미
폭스바겐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한다는 뉴스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폭스바겐그룹의 글로벌 생산 용량은 1,400만 대다. 작년에 900만 대 가량 생산했기 때문에 공급과잉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고전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전기차 시장을 중국업체들에 내주고 있다.
내부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감독위원회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노조의 힘으로 공장폐쇄 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니더작센 주도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공장 폐쇄 등에 찬성하기 쉽지 않다. 소위 폭스바겐법 때문에 1990년대 이래 폭스바겐의 독일 노동자들은 강제적인 감원을 할 수 없는 등 혜택을 받아왔다. 2015년 디젤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회사는 독일 공장을 폐쇄하지 못했다.
폭스바겐 그룹 전체 고용자 65만 명 중 약 44%가 임금이 높은 독일에 있다. 그런데 그룹 전체 판매 13%만이 독일에서 판매된다. 이런 구조는 수출주도 경제 국가인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공장폐쇄 검토는 CEO 올리버 블루메의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수익성 우선의 성향을 보인 경영자다. 올리버 블루메는 제조업 기반을 두고 있는 독일은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어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래도 규모가 크지는 않다. 공장 폐쇄는 승용차, 상용차,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독일의 약 10개 공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일에 있는 그룹의 직원 30만 명 중 2만 명을 감원하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6개 공장의 고용을 최대 2029년까지 보장하는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이 협약을 폐기해야 한다. 노조 측은 당연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이다. 과거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처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에 더해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한 생산 시스템의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00억 유로를 투자해 전기차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보다는 신사업 위주로 회사를 재건하고자 한 것이다. 당시 CEO 허버트 디스의 공격적인 성향도 일조했다. 그의 시대에 비하면 지금 폭스바겐 전기차 전략은 주춤하다.
2026년까지는 기본 소프트웨어(OS)와 같은 디지털 지원을 포함한 회사의 투자 계획은 890억 유로에 달하며, 이는 전체 투자의 60%에 달한다. 폭스바겐은 2019년 그룹 차원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하고 2022년 전기차 배터리 회사를 설립하면서 전기차회사로의 전환을 주도해 왔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일련의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인해 주요 유럽 31개국의 신규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18만 대에 그쳤다. 폭스바겐그룹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시장 점유율이 2001년 50% 이상에서 2023년에는 14%로 크게 하락했다. 공장 폐쇄 검토가 나온 배경이다.
GM, 미국에서 인원 감축과 중국 조직 구조조정
GM은 2024년 8월 14일, 미국 미시간주 워렌에 있는 R&D 현장에서 약 600명의 직원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미국 내 정규직 근로자이며, 시간제로 일하는 생산 현장 근로자는 제외된다고 밝혔다. 2023년 말 기준 GM의 전 세계 정규직 직원 수는 약 7만 6,000명으로 감원율은 1.3%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감안하면 특별한 일은 아닐 수 있다.
GM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의 특정 팀에서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속도와 우수성을 우선시하기 위해 조직을 단순화해야 하고 중요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판매 둔화가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된다. GM은 2025년까지 전 세계 10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증가 폭이 크지 않다. 지난 7월 말에는 전기차 투자를 두 번째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일련의 문제가 있었다.
GM은 또한 중국 내 R&D 부서의 생산 능력과 인력도 줄이고 있다. 현재 합작 투자 파트너인 SAIC와 사업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중국 사업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GM은 2024년 7월 중국에 있는 합작 투자사와 함께 사업 구조조정을 할 것이며 중국에서의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GM의 중국 사업이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일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주주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 투자자들에게 의사 표현을 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시장 철수를 주장하기도 한다. 전기차에 대한 투자로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이유다.
GM의 상황은 1964년 데뷔해 누계 1,000만 대 이상 판매한 패밀리카 말리부를 올해 말 단종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캐딜락 XT 4도 올해 말로 일단 생산을 중단한다. 차세대 GM은 차세대 쉐보레 볼트 EV 생산과 크로스오버 및 SUV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전형적인 21세기형 미국 업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스텔란티스도 미국에서 최대 2,450개의 일자리를 줄일 예정이다. RAM 대형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미시간주 워렌 공장에서는 램의 구형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
반면 포드의 짐 팔리는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으면 북미 브랜드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들도 방향성은 알고 있으나 미국이라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CEO들이 취할 자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토요타, 지금의 강세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해 상반기 인증 사기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는 토요타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올해 2분기 이익이 1.7% 증가했다. 엔화 약세의 환율 때문이다. 토요타는 1분기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하고. 매출도 12% 증가했다.
인증 사기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2분기 신차 판매는 2023년의 230만 대에서 225만대로 줄었다. 상반기 판매 대수(렉서스 포함)는 1% 감소한 489만 2,259대였다 2년 만에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토요타는 전체 회계 연도 동안 전 세계에서 950만 대, 다이하츠와 히노 트럭을 합하면 약 1,100만 대를 예상한다. 2023년의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더구나 이익 전망치를 28% 낮게 잡았다.
그럼에도 해외 판매는 4% 증가한 420만 9,963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에서의 판매가 각각 15%와 10% 증가했다. RAV4와 코롤라 등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배터리 전기차 bZ4X 판매도 증가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현지 자동차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해 11% 하락했다. 중국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동남아시아의 핵심 시장인 태국도 자동차 대출에 대한 엄격한 심사로 인해 15% 하락했다.
일본 내 판매는 인증 사기의 영향으로 22% 감소한 68만 2,296대였다. 토요타 그룹의 글로벌 판매는 5% 감소한 516만 2,442대로 2년 만에 감소했다. 생산 대수는 10% 감소한 507만 4,575대였다.
토요타는 이에 더해 투자자들로부터 전기차로의 전환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멀티패스웨이라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 대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유다. 모두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데 토요타만 하이브리드에 집중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장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의 입지가 쉽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기차로의 전환에 늦어지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부진은 같지만, 양상은 달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4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상반기 현대차그룹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1.1% 감소한 361만 5,915대였다. 내수시장은 9.8% 감소한 60만 대가량이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1% 증가한 300만 대였다.
반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현대차 9.1%, 기아 13.1% 등 합산 10.7%를 기록했다. 토요타 그룹의 10.6%를 제친 것이 시선을 끌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이 6.3%, 르노-닛산-미쓰비시 4.2%, 스텔란티스그룹의 10.0% 등이었다.
전기차는 시장에 따라 다르다.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59만 9,372대였다. 현대차그룹 증가율은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66.4% 증가한 5만 9,980대였다. 절대 수치에서 30만 4,451대의 테슬라에는 크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포드와 GM을 앞선 것이 시선을 끈다. 시장 점유율도 2023년 6.4%에서 올해에는 9.85%로 상승했다. 1월부터 7월까지는 10%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중국 시장에서 174만 대를 정점으로 작년에는 25만 대까지 떨어졌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급락했다. 최근 다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남미 등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의 볼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중국 내 외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독일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0.4%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일본 브랜드는 13.8%로 2.2%포인트, 미국 브랜드는 8.2%로 1.8%포인트 하락했다. 그들의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으며, 3월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6%포인트 증가한 54.8%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폭스바겐은 강화하고 있고 GM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토요타는 전기차 전략의 차이로 당장에 다시 상승세를 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도 빠른 시간에 과거의 실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사이 중국 업체들이 오히려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 업체들의 해외 시장 공략은 중국 시장 장악에 이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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