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제품으로 정체성의 변화를 선언했다. 닛산과의 협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르노는 물론 볼보와 지리자동차 등 가능한 요소를 모두 동원한 협업을 통한 차만들기를 했다. 무엇보다 남유럽국가 프랑스의 자세 변화가 읽힌다. 더불어 지리자동차의 기술력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퀄컴의 칩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준비한다는 것도 읽을 수 있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가솔린 엔진을 베이스로 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르노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제품이 곧 마케팅이다.
이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 준 모델이 르노코리아가 오랜만에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다. 가장 극적인 것은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세 개를 대시보드에 배치한 것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네 개다. 한국 차로로써는 처음이다. 오로라 프로젝트로 개발해 온 모델에 대한 르노코리아의 의지를 제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대 경쟁력의 요체는 인터페이스다. 주행성의 핵심인 기계적인 발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승차감과 안정성 등에서 도드라진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래도 소비자는 그 미세한 차이로 자신이 사용하는 자동차에 애정을 표한다. 그것이 충성심이다. 그 충성심의 근저에는 제품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프리미엄 마케팅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브랜드파워라는 용어가 여전하다.
닛산과의 관계 정립이 이루어진 르노는 남유럽 메이커답게 전통적으로 소형차 위주의 라인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회사인 르노코리아는 르노 클리오 같은 모델로는 연명이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 르노그룹의 경영진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얘기를 했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룹 차원에서 르노코리아를 중형차 허브로 하겠다고 공표했다.
프랑스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서도 확인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영어로 질문해도 아주 친절하게 원하는 바에 대해 응대한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생각도 그들의 고집을 꺾고 글로벌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중심에 르노코리아를 중형차 허브로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야기가 생뚱맞을 수 있지만 세상은 변한다는 얘기이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의 상품성을, 동급을 넘어 획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읽힌다.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50여 개의 ECU 중 43개를 OTA를 통해 업데이트할 수 있게 한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미래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의 발전을 염두에 둔 기술이다.
또한 31개에 달하는. ADAS 장비를 채용했다. 전자 장비가 기계 장비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4,000만 원대 초반의 가격대에 위에 언급한 모든 것들을 쏟아 넣은 것은 그동안의 상황을 감안하면 의외다.
두 번째로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명제에도 결과적으로 부합한다. 배터리 전기차 판매 증가가 둔화하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규모의 한계가 있는 르노코리아의 입장에서는 당장에 판매되는 파워트레인이 필요했다. 가솔린 모델도 이어서 출시될 예정이다. 물론 배터리 전기차는 앙페르라고 하는 그룹 내 별도의 조직에서 추진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르노코리아의 지분 35%를 보유한 지리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것이다. 중국 자동차업체 중 지리자동차는 SEA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그렇듯이 가장 안정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르노코리아에서는 그런 협력을 통해서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협력은 폭스바겐과 리비안, 샤오펑 등의 예에서 보듯이 이 시대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다. 어떻게 귀결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장에는 그 누구도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 번째로 자동차회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는 명제다. 르노코리아의 판매 대수가 적은 것은 제품력 때문이 아니다. 라인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오로라 1이다. 계속해서 오로라2, 3,4 가 개발되고 있다. 그를 통해 힘을 비축하면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위한 중심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은 협력을 통해 차용할 수 있지만 중형 세그먼트에 대한 차 만들기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수많은 신차를 시승하고 평가해 오면서 느낀 것은 세상은 변한다는 것이다. 그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걸맞는 분석을 해야 한다. 20세기의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Exterior
그랑 콜레오스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기존 모델의 발전형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선과 면을 사용한다. 선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QM6는 닛산 로그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볼보와 지리자동차가 공동으로 개발한 CM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과거의 기준으로 차체와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 요소가 완전히 달라진 진정한 의미의 풀 모델체인지다. 그런 만큼 성격 규정도 기존 모델과 뚜렷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런 차별화는 얼굴에서부터 확인된다. 내연기관 엔진이 있는 차이기에 레이아웃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표현 방법이 아주 다르다. 그릴 가운데 부분이 안쪽으로 움푹하게 들어가 있다. 2016년 기아 K7이 시도했던 것이다. 그 가운데 르노 앰블럼이 중심을 잡고 있다. 좌우에는 상하 주간주행등과 가운데 헤드램프 유닛이 숨겨져 있다. LED 시대의 디자인은 디자인 자유도를 표현하기도 하고 단순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만 시간이 가면서 그런 시각적인 것보다는 처음 얘기했던 도로의 다른 사용자와의 대화 도구의 기능이 좀 더 확대됐으면 싶다.
측면에서는 CMA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는 지리자동차의 SUV와 프로포션과 실루엣이 유사하다. 전장은 쏘렌토보다는 짧지만 휠 베이스는 더 길다. 이에 따라 실내 공간에서의 혜택과 짧은 앞뒤 오버행으로 주행성에도 기여한다. 캐릭터 라인으로 강조하기보다는 C필러 뒤쪽의 그래픽으로 스타일리시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뒤쪽에서는 좌우로 연결된 컴비내이션 램프 유닛으로 와이드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을 강조해야 한다는 기본 틀을 살리고 있다. 범퍼 아래쪽은 오늘날 전기차에 비하면 간결하다. 그래도 다양한 선을 동원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 부분에서는 자동차회사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Interior
오랜만에 등장한 르노코리아의 인테리어는 많이 궁금했었다. 그런데 대시보드에 3개의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네 개다. 한국차로써도 최초이지만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도 많지 않다. 4,000만 원대 초반의 자동차에서 기대하지 않았다. 인터페이스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퀄컴의 두 개의 칩을 베이스로 하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는 이미 다른 브랜드에서도 사용해 봤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그 UI(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구성이 어떻고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은 스크린의 그래픽이 다르다. 오늘날은 좋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원하는 시대다. 운전석 앞 계기판은 현대차가 아이오닉5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그래픽에 이어 가장 신선하다. 시트로엥의 그것도 신선했었으나 시각적으로 부자연스러웠다. 속도는 숫자로 표시되고 엔진 회전계가 없다. 엔진 회전계는 기왕에도 필요 없는 장비였다.
센터패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창은 스마트폰의 앱이 사용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용자의 눈에는 텍스트로 표시된다는 점이 우선 들어 온다. 터치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빠르다. 퀄컴 칩의 성능 수치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700TOPS인 퀄컴 스냅드래곤 라이드는 아니다.
동승석 스크린은 말 그대로 동승석 탑승자를 위한 것이다. 운전자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OTT 를 이용할 수 있다. 화면 끊김이 없다. 동승석에서 헤드폰을 켜고 넷플릭스를 시청하다 잠깐 잠들었다. 드문 일이다.
시트는 5인승. 앞뒤 시트 모두 넉넉한 공간이다. 앞시트의 시트백과 쿠션이 만나는 지점의 처리가 좋다. 엉치끝이 약간 뜨는 느낌이 없다. 이때 럼버 서포트 효과가 극대화된다. 뒷좌석도 넓다. 중형 SUV의 필요충분한 수준이다. 다만 선루프가 없다. 풀 옵션을 선호하는 한국시장에서는 핸디캡일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2,000리터가 넘을 정도로 광활하다. 플로어가 배터리 때문에 약간 높기는 하다. 그래도 차박이 대세인 시대에 충분한 넓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기존 르노의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베이스에서 지리자동차의 1.5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베이스로 바뀌었다. 거기에 100kW(135마력)과 60kW 두 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되어 있다. 하나는 구동용, 하나는 회생제동을 위한 것이다. 시스템 최대출력은 245마력인데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전기차에 가까운 감각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배터리 전기차 사용자와 내연기관차 사용자의 체감이 다를 수 있다. 물론 다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도 뚜렷이 차이가 난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시내 주행에서는 75%를 EV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이다. 2차 전지 축전용량이 1.64kWh이기 때문에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행해 나가면서 우선 다가오는 것은 타이어의 구름 저항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그것이 승차감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서스펜션 용량도 QM6보다 증대된 것 같다. 여기에 고장력 강판 사용을 늘린 차체의 강성감도 한몫한다.
핸들링 우선의 프랑스차다운 거동은 여전하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주파가 가능하다. 그렇게 간단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차도 HEV라는 표현대로 전기차의 일종이다.)시대에 달라진 부분이다. 전기차를 사용한 사람들은 다시는 내연기관차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랑 콜레오스는 그런 피드백을 반영한 차만들기를 하고 있다.
ADAS는 레벨2 수준이다. 그런데 31가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시대 등장한 모든 것이 채용됐다. ACC의 반응도 좋다. ON한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놓으면 최근 등장하는 다른 브랜드들의 그것과 차이가 없다. 차로 중앙 유지 정도도 좋다. 짧은 시간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자율주행이라고 오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각선 자동 주차 기능까지 있다.
그랑 콜레오스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50여 개의 ECU 중 43개를 OTA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포테인먼트는 물론이고 파워트레인 부분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테슬라처럼 3개의 고성능 컴퓨터로 통합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 정도의 수준을 갖춘 브랜드는 테슬라와 지리자동차, BYD 정도다. 지리자동차도 모든 모델에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인공지능까지 대두되면서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르노그룹은 이 부분을 200, 400, 500. 등으로 구분해 개발하고 있다. 500은 레벨4 이상에 적용되는 시스템을 상정하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인포테인먼트와 섀시, 차체, ADAS 등 네 가지 존 타입 CPU를 채용해 서버와 연결해 업데이트한다. 수시로 시스템과 연결해 상황을 파악하고 운전자에게 기능 업데이트 여부를 묻는다. 서버는 르노코리아는 물론이고 T맵 모빌리티의 것을 사용하는 등 외부 업체들과 연계한다. 물론 무료다. 이 시스템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들이 한다. 국내에는 대기업은 물론 드림에이스, 베이리스, 팝콘사, 유니트론텍 등 실력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 네가지 존의 TCU를 통합해 제어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한 첫 번째가 2019년 출시된 테슬라 모델3다. 당시 레거시 업체들은 2025년경이면 완성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힘든 씨름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 문제로 CEO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아직 E/E 아키텍처는 완성하지 못했다.
이것이 발전하면 유료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그것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다. 오로라1에서는 어려울 것 같고 오로라2는 기대해 볼 만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주로 미국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용은 엔비디아가, 인포테인먼트용은 퀄컴이 장악하고 있다. 자율주행용 칩의 사용비율은 5% 이하로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다.
자동차의 평가가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 시승이었다. 어려운 전기·전자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기술 세미나 등을 통해 정보를 얻지만, 그것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해를 제대로 해야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배터리 전기차가 아니지만 E/E 아키텍처의 진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모델이다. 무엇보다 르노그룹의 자세 변화가 크다. 더불어 오늘날 자동차의 개발이 한 자동차회사가 할 수 없다는 것도 보여 주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배터리 전기차가 그렇듯이 가장 최근에 등장한 차가 가장 좋다는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이다. 성능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주요 제원 르노 그랑 콜레오스 E-TECH
크기
전장×전폭×전고 : 4,780×1,880×1,680mm.
휠 베이스 : 2,820mm
트레드 앞/뒤 : 1,608/1,606mm
차량 중량 : 1,750kg
최저 지상고 : ---mm
엔진
형식 : 1,499cc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가솔린
최고출력 : 144ps/5,500rom
최대토크 ; 23.5kgm/2,500~4,000rpm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
연료탱크 용량 : 75리터
전기모터
최대출력 : 136.ps/3,400rpm
최대토크 : 32.6kgm
시스템 최대출력 : 245ps
2차 전지 : 1.64kWh
트랜스미션
트랜스미션 : 멀티모드 오토
기어비/ : -----최종 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 앞/뒤 V 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 피니언
타이어 앞/뒤: 245 /45R20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방식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
연비: 복합 15.0km/리터(도심 14.8km/리터// 고속도로 15.2km/리터 : 20인치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 107g/km
트렁크 용량 : --- 리터
시판 가격
3,495~4,352만원
(작성일자 : 2024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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